코로나시대의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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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박 일기

열등감을 성장의 연료로 삼기

코시박 2021. 2. 5. 15:12

2021년 2월 4일 (목) - 열등감, 다시 나의 장점에 집중하기. 버티기. 

 

교통사고 후유증에서 거의 회복했다. 어제 수요일 수업에서 어드바이저 선생님과 동기에게 리서치 방향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고, 어제 나의 마음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초조함과 불안으로 오늘 아침에 나쁜 꿈을 꿨고, 일어나고 싶지 않아서 늦잠을 자다 공부 모임에 15분 늦었다.

 

내일 아침 9시까지 마감인 아티클 reflection 페이퍼를 쓰기 위해 밀린 아티클들을 읽어야 하는데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용어들을 구글링해 보고, 유튜브로 찾아보고, 다시 글을 읽어봐도 서론 부분을 읽는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잘 안 읽히니 더더욱 읽기가 싫어졌다.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하기 싫으니 자꾸 먹을 것을 찾게 되었다. 집에서 온 전화를 받으면서는 바쁘고 어렵지만 버텨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방금 전에 친구가 보내준 홍정욱 대표의 인터뷰를 읽다보니 이 말이 꽂혔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 인생을 실패하는 이유는 “버텨야 할 때 포기하고, 포기해야 할 때 버티고 있는 것" 때문이라고. 나는 버티고 있는데, 느려도 일단 버텨서 박사 학위를 따고 그 다음을 모색하려 하는데, 이게 혹시 포기해야 할 때 버티고 있는 건가? 아니면 지금 이 힘듦이 버텨야 할 때 포기하게 만드는, 흘러가는 감정인가?

 

개념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너무 너무 답답하다. 어렴풋이 이해한 개념들을 연결시키지 못할 때 답답하다. 할 일이 있는데 하지 않는 내 자신도 답답하다. 사실 이해와 연결 모두 시간을 들여 생각하면서 해야 하는 것인데, 시간에 쫓겨야만 무언가를 시작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글의 퀄리티는 미리 미리 시작한 사람들의 것이 잘 나올 수 밖에 없고 급하게 하면 늘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낸다는 것을 아는데 나는 아직 똑같이 살고 있다. 내가 자기 비하나 자기 혐오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나를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 나도 꾸준히, 미리미리,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에 똑똑하고 미리미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욱 비교가 되는데 며칠 전까지 비교하면서 속상했던 것을 지속하지 말고, 그런 환경에 있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보자. 그리고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자기것을 쌓아간 방법을 따라해 보자.

 

이를테면 본인이 지금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아티클을 읽을 때 어떤 식으로 읽고 정리했는지 요약하는 방법을 알려준 동기의 사례, 어떻게 연구를 하는지 알고, 매일 조금씩 진도를 나가고 반드시 글을 수정해서 제출하는 박사님 동기의 사례, 역시 미리 계획을 세워서 매일 조금씩 진도를 나가고 하루에 할 일을 마무리하고 주중 시간은 일과 연구에 집중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휴식 시간은 주말에 쓰는 3년차 선배의 사례를 생각하자.


나랑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다른 사람들 같다. 맞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이 맞다. 저 사람들은 자기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나는 콘텐츠를 쌓아가면서 어떻게 연구를 하는지 배워가는 단계다. 열등감이 생기고 자존심이 상해서 창피하고 부끄럽다. 이것이 지금은 도망치고 싶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열등감을 성장의 연료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그렇게 멍청한 애는 아니다. 게으름이 문제다. 게으름이 퀄리티를 낮추고, 실력 부족이 드러날 때 열등감이 찾아오고, 열등감은 불안을 가져오고, 나를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니까,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인 게으름부터 고쳐보아야 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쩌면 무슨 일을 하든 이 고민에 부딪힐 것이었다. 꼭 박사과정이어서가 아니라 이게 그냥 내 삶의 방식이어서. 내가 게으르지 않았을 때, 대학생 때 단과대 수석으로 졸업한 것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연구 인터뷰를 정리하고 컨퍼런스에 냈을 때 성과가 났던 것처럼,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어도 그 중 학과에서 제일 나은 석사 논문을 써서 상을 탔던 것처럼, 이 교수님과 일할 때 방송국에서 일할 때 처럼 성실하게 일해서 결국 퍼블리케이션을 두 개나 낸 것처럼. 나는 내가 성실하게만 하면 늘 어느 수준 이상의 성과를 냈었다. 그래. 나의 장점에 집중하고, 다시 해 보자.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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