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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의 박사과정생
미국의 당근마켓, 순식간에 팔려버리는 중고 거래 앱 Let Go 본문
안녕하세요, 해외에서 유입되는 인구 때문에 한국의 확진자 수가 평소보다 조금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독자님과 독자님의 가족 구성원들이 무탈하시길 바라며 이번 포스팅을 시작해 볼게요.
이전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며칠 뒤 다른 도시로 이사 갑니다. 모든 짐을 가지고 갈까 하다가 이왕 이사 가는 김에 짐을 줄여보자고 마음먹고, 중고로 구매했거나 저보다 먼저 떠난 국제학생 친구들이 주고 간 물품들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고거래 사이트는 Craigslist입니다. 그런데 미국 친구들로부터 워낙 무서운 (^^;)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 Craiglist 대신 요즘 한국의 당근 마켓만큼 핫하다는 미국 중고거래 앱 Let Go와 Offer Up을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코시박의 판매 물품
제가 판매하려던 물품은 3년 전에 중고로 샀던 검정석 4단 서랍, 친구에게 얻은 빈 백(Bean bag), 3년 전에 실내에서 운동하려고 샀으나 바깥에서 러닝 하는 게 더 좋아서 거의 쓰지 않은 스테퍼(stepper), 역시 친구에게 얻었으나 거의 쓰지 않은 27.5 인치 LED 모니터였습니다. 현지 시각 새벽 3시쯤 사진을 단정하게 찍어 올렸더니 그 새벽에 포스팅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좋아요 (favorite)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새벽 6시 반 정도가 되니 본격적으로 문의 메시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4단 서랍과 빈 백. 며칠 안에 팔고 떠날 계획이기 때문에 보통의 중고가 보다 더 싼 값에 내놓긴 했는데요. 개강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학생들에게 필요해 보이는 물건이 인기가 많더라고요.
활성화 정도: Let Go > Offer Up
아침이 되어 알게된 점이 있습니다. 저희 지역에서는 Offer Up 보다는 Let Go 거래가 훨씬 더 활발하고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빨랐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본인이 필요하고 사고 싶어서 사는 사람과 그냥 떠 보는(!) 사람은 응답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나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Let Go 앱에 집중하기로 하고, 따로 전화번호 교환 없이 앱 채팅으로 만날 위치와 시간을 정하고 현금으로 직거래를 했습니다. 물건 가격을 싸게 내놓아서인지 깎아달라는 분들은 안 계셨습니다.
사람들
이용자들은 다양했습니다. 학교 근처에 얻은 아파트를 꾸미려는 대학생부터, 청소년기 자녀를 둔 어머니,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겨서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느라 1년 사이에 100 파운드 (약 45kg) 가까이 살이 쪘는데 제 스테퍼를 보고 운동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여성분, 손자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물건을 사고 싶다는 할머니, 본인의 사고 판 내역을 살펴보니 아무리 봐도 중고 물품을 사다가 되파는 듯한 젊은 아빠에 이르기까지.
서랍을 사 간 여성분은 아들 서랍이 필요해서 오셨는데, 혼자 들 수 없으니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아들이 귀찮다고 따라오기 싫다고 하셨답니다. 저희 집이 2층이라, 제가 함께 서랍을 들고 내려가서 차에 실어드렸습니다. 빈 백을 사가기로 하신 여성분은 약속된 시간에 연락이 되지 았았습니다. 스테퍼를 사러 오신 여성분은 원래 빈 백과 스테퍼를 같이 사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먼저 빈백을 사겠다고 약속한 분이 나타나지 않아서 덕분에 본인이 원래 갖고 싶었던 것을 모두 사 가셨습니다. 두 개를 한 번에 사가시니 제 일이 줄어서 1불을 깎아드렸어요. 이 분은 지난 1년 동안 본인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시더라고요. 가장 친한 친구가 뇌암으로,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뒤에 기댈 것이 먹는 것 밖에 없었다고요. 마음이 짠해져서 향초를 좋아하냐고 묻고, 좋아한다길래 제가 크리스마스 때 사서 4분의 1 정도만 태우고 아주 가끔 고기 구운 뒤에만 꺼내 쓰던 양키 캔들 2개를 덤으로 드렸습니다.
안전
저는 곧 이사를 나갈 예정이고, 모든 거래가 오전과 낮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희 집 바로 앞에서 거래를 했습니다. 또 대화 나눈 분들과 직접 나오신 분들 모두 여성분들이어서 위험하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그래도 미국에서 중고 거래를 할 땐 본인 집 안이나 바로 앞보다는 주차장이나 학교 앞 같은 공공장소에서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고, 늘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Let Go도 우버 앱이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 처럼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되어 있으니 구매 전에 그 사람이 받은 평가 이력을 보는 것도 안전한 거래를 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저는 짐 정리를 70%가량 마쳤습니다. 재작년에 쓰던 무빙 박스가 조금 부족해서 추가로 주문을 했는데, 추가분이 배달되어 오면 아직 담지 못한 물건들을 조금 더 담고, 소규모의 가구들을 싣고 이사 갈 일만 남았습니다. 아파트 평면도를 출력해서 가구를 어떻게 배치할지 손으로 끄적여보니 벌써 설레고 즐겁네요! 딱 일주일 뒤면 새 집에서 포스팅을 하고 있을 거예요.
독자님들도 7월 마지막 주, 계획하고 계신 것들, 하고 싶은 모든 것들 하시면서 활기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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